PLA·PETG·ABS·ASA·TPU 완벽 비교 — 용도별 FDM 필라멘트 고르는 법
PLA·PETG·ABS·ASA·TPU 5대 FDM 필라멘트를 강도·내열·내후성·난이도·출력온도로 비교하고, 실내 장식부터 옥외·유연 부품까지 용도별 추천과 입문 순서, 건조·보관 팁까지 수치로 정리했다.

FDM 출력의 성패는 절반 이상이 소재 선택에서 갈립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PLA로 뽑으면 한여름 차 안에서 엿가락처럼 휘고, ABS로 뽑으면 멀쩡하지만 엔클로저 없이는 모서리가 다 들뜨죠. "가장 좋은 필라멘트"는 없습니다. 내가 만들 물건이 어디서 어떤 힘과 열을 받느냐에 맞는 소재가 있을 뿐입니다.
이 글은 가장 많이 쓰이는 다섯 가지 — PLA · PETG · ABS · ASA · TPU — 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고, 용도별 추천과 입문 순서, 그리고 의외로 출력 품질을 좌우하는 보관·건조 팁까지 정리합니다. 수치는 일반적인 범위이며, 실제 값은 브랜드와 프린터에 따라 다르니 스풀에 적힌 제조사 권장값을 우선하세요.
소재를 고를 때 보는 7가지 축
제품 설명의 화려한 문구 대신, 아래 7가지만 비교하면 됩니다.
- 강도/인성: 잘 부러지지 않고(인성), 힘을 견디는가. PLA는 단단하지만 잘 깨지고, PETG·ABS는 질겨서 충격에 강합니다.
- 내열: 변형이 시작되는 온도(유리전이 Tg가 실용 기준). 여름철 자동차 실내는 60~70°C까지 오릅니다.
- 내후성: 햇빛(자외선)·비·습기에 버티는가. 옥외라면 결정적입니다.
- 출력 난이도: 워핑(들뜸)·크랙·스트링잉(거미줄)이 얼마나 생기나, 엔클로저(밀폐 챔버)가 필요한가.
- 냄새/유증기: 환기·실내 작업 가능 여부.
- 수축: 식으면서 줄어드는 정도. 크면 워핑·치수 오차로 이어집니다.
- 출력온도: 노즐/베드 온도. 셋업의 출발점입니다.
대표 FDM 소재 5종 비교
PLA — 가장 쉽고, 가장 예쁜 실내용
- 노즐 190~220°C / 베드 50~60°C (베드 무가열로도 가능)
- 강도: 강성(단단함)은 좋지만 잘 깨짐(낮은 인성) · 내열: 약함, Tg 약 55~60°C
- 내후성: 약함(UV·습기에 취약) · 수축: 매우 적음 · 냄새: 거의 없음(약한 단내) · 난이도: 매우 쉬움
워핑이 거의 없어 입문 1순위. 다만 여름철 차량·창가·욕실처럼 열과 습기가 있는 곳엔 부적합합니다. 직사광선 아래 옥외 장기 사용도 피하세요.
PETG — 실용 부품의 만능 일꾼
- 노즐 230~250°C / 베드 70~85°C
- 강도: PLA보다 질기고 충격에 강함(약간의 유연성) · 내열: 중간, Tg 약 80°C
- 내후성: 양호 · 내수·내화학성 우수 · 수축: 적음 · 냄새: 약함 · 난이도: 중간
물에 닿거나 적당한 힘을 받는 실용 부품에 최적입니다. 단점은 스트링잉과 첫 층이 너무 눌어붙어 떨어지기 어려운 점. 리트랙션을 PLA보다 약하게(4~6mm 보우덴 기준), 첫 층 노즐 간격을 살짝 띄우고 베드 온도를 정확히 맞추면 해결됩니다.
ABS — 내열·기계 부품, 단 엔클로저 필수
- 노즐 230~260°C / 베드 90~110°C · 엔클로저 사실상 필수
- 강도: 질기고 충격에 강함, 후가공 좋음(아세톤 증기 표면처리 가능) · 내열: 높음, Tg 약 105°C
- 내후성: UV에 약함(황변) · 수축: 큼 · 냄새: 강함(환기 필수) · 난이도: 어려움
열을 받는 기능성 부품에 강하지만, 수축이 커서 워핑·크랙이 잦습니다. 밀폐 챔버로 온도를 유지하고 외풍을 막아야 하며, 스티렌 계열 유증기 때문에 반드시 환기가 필요합니다.
ASA — 옥외용 ABS
- 노즐 240~260°C / 베드 90~110°C · 엔클로저 권장
- 물성은 ABS와 거의 동급(질김·내열 Tg 약 100~105°C)이되 내후성(UV 저항)이 크게 우수
- 수축: 큼 · 냄새: ABS보다 약하지만 있음 · 난이도: 어려움
간판, 자동차 외장 부품, 정원·베란다용처럼 햇빛 아래 오래 두는 옥외 부품이면 ABS 대신 ASA가 정답입니다.
TPU — 휘고 늘어나는 유연 소재
- 노즐 210~240°C / 베드 40~60°C · 출력 속도 15~30mm/s로 느리게
- 경도는 쇼어 경도(Shore A)로 표기 — 95A는 단단한 편, 85A는 더 말랑. 마모·반복 굽힘에 강함
- 수축: 적음 · 냄새: 약함 · 난이도: 중간~어려움(다이렉트 드라이브 익스트루더 권장)
폰 케이스, 개스킷, 바퀴, 밴드처럼 탄성이 필요한 부품용. 보우덴 방식에선 필라멘트가 휘어 밀리기 어려우니 다이렉트 드라이브가 유리하고, 리트랙션은 최소화하세요.
용도별 추천 정리
- 실내 장식·피규어·프로토타입 → PLA (색·디테일 좋고 실패 적음)
- 실용·내수·생활 부품(거치대, 욕실 소품, 화분받침) → PETG
- 내열·기계 부품(엔진룸 근처 제외한 자동차 실내, 전자 하우징, 공구) → ABS
- 옥외·자외선 노출(간판, 외장, 정원용) → ASA
- 유연·완충·논슬립(케이스, 패킹, 타이어) → TPU
가장 흔한 실수: "튼튼하게" 만들고 싶어 무조건 ABS를 고르는 것. 실내에서 손에 잡히는 정도의 힘만 받는다면 PETG가 출력도 쉽고 충분히 질깁니다.
입문자 추천 순서
- PLA로 프린터를 길들인다. 레벨링, 첫 층, 흐름량(플로우)을 PLA로 익히세요. 워핑 변수가 거의 없어 문제 원인을 분리하기 쉽습니다.
- PETG로 실용성을 확장한다. 스트링잉·첫 층 접착을 다루며 리트랙션·온도 튜닝 감각을 키웁니다.
- TPU 또는 ABS/ASA로 넘어간다. 유연 소재(TPU)는 속도·익스트루더 한계를, 고온 소재(ABS/ASA)는 엔클로저와 환기를 갖춘 뒤 도전하세요.
보관과 건조 — 품질의 숨은 변수
필라멘트는 대부분 습기를 빨아들이는(흡습성) 소재입니다. 특히 PETG·TPU·ABS·ASA가 민감하고, PLA도 예외는 아닙니다. 흡습된 필라멘트는 다음 증상을 보입니다.
- 출력 중 '톡톡' 튀는 소리와 노즐에서 김·기포
- 표면이 거칠어지고 광택이 사라짐, 스트링잉 급증
- 층 접착 불량으로 강도 저하
증상이 보이면 건조가 답입니다. 필라멘트 건조기나 식품건조기를 쓰며, 권장 온도·시간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스풀이 변형되지 않게 너무 높이지 마세요).
- PLA: 40~45°C, 4~6시간
- PETG: 60~65°C, 4~6시간
- ABS / ASA: 60~70°C, 4~6시간
- TPU: 50~55°C, 4~6시간
보관은 밀폐 용기 + 실리카겔(제습제)이 기본입니다. 습도계를 넣어 상대습도 15~20% 이하를 유지하고, 장기 보관 스풀은 진공팩에 넣어 두세요. 개봉 후 방치한 스풀은 출력 전 한 번 말려 주는 것만으로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요약 체크리스트
- 실내 장식이면 PLA, 물·힘 받는 실용품이면 PETG부터 떠올린다.
- 60°C 이상 열을 받으면 PLA 제외 → ABS/ASA 고려.
- 직사광선 옥외면 ABS가 아니라 ASA.
- 휘어야 하는 부품이면 TPU, 단 속도를 늦추고 다이렉트 드라이브 권장.
- ABS/ASA는 엔클로저 + 환기가 전제. 없으면 PETG로 우회.
- 출력이 갑자기 거칠어지고 톡톡 소리가 나면 의심 1순위는 습기 → 건조.
- 온도·리트랙션은 제조사 권장값에서 시작해 한 번에 한 변수씩 조정한다.
처음엔 PLA 한 롤로 충분합니다. 만들 물건이 받는 열·힘·물·햇빛을 떠올리고, 그 조건을 통과하는 소재로 한 단계씩 넓혀 가세요. 그게 실패 없이 뽑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